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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 전대환 
설교일 2018-03-13 
설교장소 김천 평화동교회 

기름 값

 

성서 본문

 

주님의 영이 내게 내리셨다. 주님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셔서,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포로 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사람들에게 눈 뜸을 선포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 주고,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누가복음서 4:18-19

 

들어가는 이야기 

 

세상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지요. 그런데 가난을 표현할 때, 가난한 상태를 표현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 쌀 한 톨 안 남았다!”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바가지 긁는다는 소리가 거기서 나온 겁니다. 쌀 없다고 부엌에서 쌀바가지로 빈 쌀독 바닥을 벅벅 긁어댑니다. 방에 있는 남편 들으라고. 쌀 떨어졌는데, 앉아서 뭐 하느냐고, 나가서 돈 벌어 오라고, 그게 바가지를 긁는 일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쌀 한 톨 안 남았다!” 그렇게 말하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기름 한 방울 안 남았다!” 이렇게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에게는 기름이 생활필수품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름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한 여자가 그 귀한 기름을, 팔면 삼백 데나리온이나 받을 거다, 그렇게 예상되는 기름을 삼백 데나리온 하면, 한 데나리온이 성인 남자의 하루 일당이니까, 엄청난 돈이지요. 대충 계산해도 삼천만 원쯤 됩니다. 그 비싼 기름을 예수님의 발에다가 쏟아 부었습니다. 그러다가 핀잔을 들었습니다. 아니,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좋을 것을, 그걸 왜 발에다가 부어 버리느냐, 이런 소리지요. 그만큼 기름이라고 하는 것은 귀한 물건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기름을 낭비하는 것을 굉장히 경계했습니다. 우리도 옛날 어른들이 그랬잖아요. 밥그릇에 밥알 남겨놓고 상을 물리면 난리가 납니다. 힘들여 농사지은 쌀을 그렇게 버리느냐고 말이지요.

 

그런데 이런 기름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일이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요. 그게 언제냐 하면, 첫째, 왕을 임명할 때, 둘째, 제사장을 임직할 때, 그리고 셋째, 예언자를 지명할 때, 이때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래서 왕과 제사장과 예언자를 가리켜서 기름부음 받은 사람이다, 그러는 겁니다. 이런 예식에서 그들은 금 같이 값비싼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렇게 한번 부은 기름은 회수할 수도 없습니다. 바닥에 쏟아진 기름을 어떻게 다시 거두어들입니까? 못하지요. 그래도 부었습니다. 그게 그만큼 하나님 앞에서 고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기름 붓는 예식을 가지려고 합니다. 세 사람을 목사로 세우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정성과 사랑과 권위와 책임을 쏟아 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공짜가 아닙니다.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들은 기름 값을 해야 합니다. 이미 그 값을 다 하고 명예롭게 은퇴하시는 한은실 목사님께 먼저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목사가 될 예정인 신주철 준목님, 김홍희 준목님, 김기엽 준목님! 여러분들도 평생을 바쳐 기름 값을 다하시기를 당부합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사람에게!

 

예수님께서 광야로 나가서 여러 날 동안 기도를 하시고 악마의 시험까지 물리치셨지요. 그런 다음에 고향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가장 먼저 회당으로 가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신학 공부를 무사히 마치고 목사고시까지 통과한 뒤에, 안수예식을 거행하는 셈입니다. 그날의 성경 본문은 이사야서 61:1-2이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니, 주 하나님의 영이 나에게 임하셨다.” , 여기서도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셨다!” 그랬지요. 큰 일꾼으로 삼으셨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무얼 하라고요? 그 다음에 나옵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상한 마음을 싸매어 주고, 포로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갇힌 사람에게 석방을 선언하고, 주님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언하고, 모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셨다.” 여기까지입니다. 왜 이사야의 말씀을 읽으셨는가 하면, 지금부터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바로 이와 같다, 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였지요. 오늘 임직 받는 여러분은 천 톤의 무게로 이 말씀을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 이제 자세히 봅시다. 예수님은 분명히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야 된다, 이렇게 읽으셨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가는 것보다, 돈 많고 권력 가진 부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달려가는 발걸음이 훨씬 더 가볍고 힘차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 전해 봐야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걸로 이지만, 권력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 곧 부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면,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기뻐할 소식이 아니라 부자들이 기뻐할 소식을 만들면, 나중에 떡고물이 떨어져도 크게 떨어질 것 아닙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보다는 부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나는 그렇지 않다,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 그러셨습니다. 우리는 상한 마음을 싸매어주기보다는 이미 흡족한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합니다. 갇힌 사람들을 풀어주기 위해서 힘써야 하지만, 오히려 자유를 누리다 못해 방종을 일삼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고 혈안입니다.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에게, 교만한 권력자가 아니라 마음 상한 사람에게, 힘으로 남을 짓누르는 사람이 아니라 무전유죄라는 못된 법 때문에 갇혀서 사는 사람에게 여러분은 빚진 기름 값을 갚아야 합니다. 우리가 기름 부음을 받은 종이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기름 부음 받았다는 것은 빚을 졌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빚을 갚아야지요. 빚진 사람은 돈을 아무나에게 갚으면 안 됩니다. 내가 A라고 하는 사람에게 돈 천만 원을 빌렸다, 그러면 그 천만 원을 잘 쓰고 나중에 갚을 때는 B라는 사람에게 던져주면 됩니까? 안 되지요. A에게 갚든지, 아니면 A나한테 갚을 돈, C라는 사람한테 주십시오!’ 그러면 그 사람한데 주어야 됩니다. 아무한테나 주면 안 됩니다. 기름부음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빚을 졌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그 빚을 누구에게 갚아야 됩니까? 하나님에게 갚아야지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하나님이 지명하셨습니다. “저 사람에게 갚아라.” 그 지명한 사람이 누굽니까?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지명하는 상대에게, 곧 가난한 사람에게 기름 값을 지불해야 됩니다.

 

상대가 원하는 시간에!

 

일본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중세 일본에 도시이에라는 고관이 있었는데, 이 사람의 부인이 오마쓰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오마쓰 부인은 남편이 아파서 약을 먹을 때, 약사발을 집어들 때까지는 말을 걸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약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 말을 거는 것은 남편을 거역하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약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는 반드시 말을 걸었습니다. “어때요?” “쓰지요?” “좀 나아진 것 같아요?” 이런 말을 겁니다. 그때도 말을 걸지 않는 것은, 이 사람의 생각에, 남편의 고독을 방관하는 쌀쌀한 아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였습니다. 야마오카 소하치(박재희 등 역), 대망 8 도쿠가와 이에야스(동서문화사, 2012), 전자책 512/1718. 약을 다 마셨는데도 말 한 마디 걸지 않는 것은, 남편의 고독을 방관하는 쌀쌀한 아내가 되는 것이다, 대단히 일리 있는 생각입니다. 옛날이야기이니까 남자가 주인공입니다만, 남자와 여자를 바꾸어도 상황은 같습니다. 아내가 바쁘게 무엇을 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자꾸 말을 걸면 주책없는 남편이 됩니다. 열심히 일을 다 마쳤는데도 말을 걸지 않으면, “고생했지?” “수고했어!” 그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본척만척 그렇게 있으면, 아내의 고독을 방관하는 쌀쌀한 남편이 됩니다. 성도들의 고독을 방관하는 쌀쌀한 목회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거꾸로, 목회자의 고독을 방관하는 쌀쌀한 성도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때를 잘 잡아서, 타이밍을 잘 잡아서 적절한 말을 해주어야 된다는 뜻입니다.

 

공자님 말씀입니다. 군자를 모시는 일에 세 가지 허물이 있다.” 어른을 모시는 일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 그 말인데, 그 문제가 뭐냐, 이겁니다. 어른의 말씀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말을 하는 것은 조급함이라 한다. 어른의 말씀이 다 끝났는데도 입을 닫고 있는 것은 답답함이라 한다. 어른의 안색도 살피지 않고 말을 하는 것은 눈치 없음이라 한다.” 전대환, 공자제곱(이야기마을, 2017), 367. 이게 지금부터 25백 년 전에 공자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때를 맞추어서 적절하게 대응해야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급한 사람이 된다, 답답한 사람이 된다, 눈치 없는 사람이 된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지 말라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방금 이것저것 먹어서 배가 잔뜩 부른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 이것은 고역입니다. 사람 때문에 시달리는 사람한테 자꾸 사람 데리고 가서 소개시켜 주는 것, 그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지요. 물이 철철 흐르는 화분에다가 또 물을 주는 것, 얼마나 미련한 짓입니까? 그러면 안 됩니다. 아까 제가 기름 값을 갚아야 된다, 그랬는데, 누구에게요? 하나님께서 지명하신 사람들에게요. 언제요? 그들이 필요할 때요. “내가 급해요. 기름 값 좀 주세요!” 할 때 즉시 달려가서 지불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됩니다. 24시간 365일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준비된 자세로!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누가복음서 6:30입니다. 너에게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 네 것을 가져가는 사람에게서 도로 찾으려고 하지 마라.” 저는 고등학교 다닐 때 이 말씀을 처음으로 읽었는데요, 그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내가 예수님의 명령을 따라야 되는데, 달라는 사람에게 다 주라는 겁니다. 남들이 이거 달라, 저거 달라, 내 껍데기까지 다 벗겨 가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너에게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 네 것을 가지려는 사람에게서 도로 찾으려고 하지 마라, 그런데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생뚱맞게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뜬금없이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이런 얘기지요. 누군가가 목사에게 뭔가를 부탁합니다. 그때, 이거 내 건데, 내 것을 나누어달라고 하네, 하는 것이 아니라, 빚 갚으라는 소리다, 그렇게 알아들으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그런 뜻이에요. 누가 너에게 무엇을 달라고 하면, 네 것을 빼앗아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원래 네가 갚아야 할 것을 갚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응해라, 그런 뜻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 당연히 어렵지요. 남들이 부탁한다고 목사가 어떻게 그 부탁을 다 들어줍니까? 못 들어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내가 그 사람의 부탁을 안 들어주는 것은, 그것이 내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틀렸습니다. 거절하는 것은 내 권리가 아닙니다. 내가 빚을 졌는데 그 사람의 부탁을 내가 못 들어주는 것은, 빚을 졌지만 내 형편이 여의치 못해서, 어쩔 수 없어서 못 들어주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됩니다. 그러면 태도가 어때야 됩니까? 굉장히 죄송스러운 상태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빚쟁이가 와서 빚을 갚으라는데 내가 못 갚으면 얼마나 송구스럽습니까? 얼마나 불편합니까? 우리가 남의 부탁을 못 들어줄 때의 심정이 그래야 된다, 이런 뜻으로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겁니다. 권리라고 생각하고 거절하는 것과, 미안한 마음으로 못 들어주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요, 양떼들이 목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은, 또는 무엇을 부탁하는 것은 대부분 들어줄 만한 일들입니다. 들어줄 만하니까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100퍼센트 그렇다고 장담은 못하겠습니다만, 대부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요, 저 사람은, 내가 암만 생각해도 내 부탁 못 들어줄 사람이야, 그러면 부탁하지 않습니다. 들어줄 만하다, 들어줄 형편이 될 거다, 그렇게 생각해서 부탁을 하는 것이지요. 그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빚 갚을 찬스를 놓치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어지간하면 들어주자, 그겁니다. 물론 못 들어줄 때가 있지요. 그러나 어지간하면 들어주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자, 그 말입니다. 글 쓰는 것이 직업인 사람한테 가서 수학 문제를 풀어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배관, 파이프 공사하는 사람한테 내 이빨 치료해달라고 그러는 사람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찾아가서 무엇을 부탁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 확실히 믿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가 목사에게 와서 무슨 부탁을 한다면 그것은 목사 보고 은혜를 베풀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온 것이 아니라 기름 값 받으러 왔다고 생각해야 됩니다. , 조건이 있습니다. 그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말이지요.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지명하신 빚 갚을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와서 뭔가를 부탁한다면, 내가 이것은 꼭 들어주어야 해,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옳습니다. 부자들의 부탁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 문제는 여러분이 알아서 하십시오. 양심에 따라서 하시면 됩니다. 예수님이 그 말씀은 안 주셨으니까요.

 

맺는 이야기

 

저는 오늘 세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기름부음 받은 사람은 한평생 기름 값을 갚아야 되는데, 첫째, 하나님께서 지명한 사람에게, 곧 가난한 사람에게 갚아야 된다 하는 것이고, 둘째, 가난한 사람이 원하는 때에 갚아야 된다 하는 것이고, 그리고 셋째는, 언제든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름 값을 갚을 준비를 하고 있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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