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해산하게 되면 그때가 이르렀으므로 근심하나 아기를 낳으면 세상에 사람 난 기쁨으로 말미암아 그 고통을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느니라’(요 16:21)
목요일 저녁에 밥을 먹고 나서는 아내와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봄 날씨로 따뜻했다.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돌고 나니 땀이 촉촉이 느껴질 정도다. 아직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날 따뜻한 저녁 공기가 괜찮았다. 지나는 길에 만나는 매화꽃이 언제 겨울이었느냐고 묻는 것 같다.
며칠 전부터는 어김없이 작년의 그때 그 자리에서 난이 초록빛깔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더니 솟아나기 시작한다. 겨울 찬 바닥처럼 여겨졌던 그 자리에서 푸른빛을 본다는 것은 희망이다. 기쁨이다. 죽어버렸던 것이 아니라 살아있었던 것이니 오직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리라.
겨우내 많이들 힘들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힘들지 않은 인생살이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추운 바람과 함께 찾아들었던 고통의 크기가 참으로 컸었던 이들이 적잖았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될지, 어떻게 될지를 몰라 난감해하며 힘들어했을 것인데, 이제 이 새 봄의 푸른 새싹들에게서 희망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그 작은 새싹에게서 우리의 믿음이 결코 죽어지지 않았음을 봤으면 하고, 꿈과 사랑도 여전히 우리들 속에 꿈틀거리고 있음을 볼 수 있어야겠다. 겨우내 쌓인 눈과 얼음을 녹여 수분 삼아 봄의 새싹이 솟아나듯이 우리의 고통을 양분으로 삼아낼 수 있어야겠다.
사순절 기간이다. 괜히 우울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기도의 자리를 채워간다. 마음만 있을 뿐 육신이 약한 모습이 되지 않기 위해 애써본다고 하지만 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켜간다는 것이 여간만 어려운 게 아닌 듯하다.
그래도 십자가를 지나야 부활이 있음을 알기에 오늘 이 자리는 참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지개를 보기 위해서는 비가 오는 것을 감수해야 하고, 겨울이 지나야 꽃피고 새가 우는 봄이 오는 것이기에, 이 사순절기를 보내는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 부활의 영광과 환희를 누리기에 꼭 필요한 모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주님께서 그러셨다. 여자들이 해산할 때가 되면 근심하지만 그러나 해산하게 되면 태어난 아기로 인해서 기뻐함으로 그 고통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듯 이 새 봄에 피어나는 새싹들로 인해서 지난 추운 겨울의 고통을 다 잊어버릴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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