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 하시니라’(막 14:9)
지난주일 오후예배를 마치고 사택에 오니 효진이와 예선이가 뒤따라오더니, “목사님, 우리 배고파요.” 그런다. 그 말이 얼마나 반갑고 고맙게 들렸는지 모른다.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내게 와서는 ‘배고프니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는 출출하고 속이 허할 때에 먹으려고 사 두었다가 아껴두었던 맛동산 한 봉지를 쥐어주었는데, 그래도 그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다른 것들이 몇 개 더 있었으면 더 쥐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작은 것들이 사랑의 이야기꺼리로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하다.
또 지난 목요일에는 아버지께서 생신이어서 고향에 잠시 다녀갔다. 무더운 날씨에도 건강하게 보이시니 참 다행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는 중에 ‘정일이 이야기’를 하신다. ‘권정일’이라고, 고향의 후배다. 벌써 세월이 많이 흘러서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을 것인데, 글쎄 그 녀석이 동네 이장을 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다. “그 정일이가 어디에서 엄마를 만나든지 그렇게 잘 챙기고, 싹싹하게 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일이게 그런 말을 한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예전 우리가 형 집에 놀러 가면 음식을 잘 챙겨주셨습니다. 그때 구어주신 김이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린 날에 받은 그 좋은 기억이 여태껏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벌써 세월이 오래 흘렀건만 그때 받은 감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었나보다. 사랑의 유통기한은 평생인가 싶다. 언젠가 효진이와 예선이도 맛동산을 받아들었던 그때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건네는 날이 있겠지.
예수님께서 베다니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식사하실 때에, 향유 옥합을 가져와 깨뜨려서는 예수님의 머리에 부어드렸던 한 여인의 사랑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 향유향이 메마르고 완악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계산적이고 실용적인 사고에 사로잡혀서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여지껏 뿜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운이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맛동산에도 사랑이 깃들어야 하고, 가난한 날의 김 한 장에도 사랑이 깃들었어야 하고, 콩 한쪽에도, 사과 반쪽에도, 말에도 얼굴에도, 기도에도, 손길에도 사랑이 깃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 여운이 짙어 향기가 뿜어 남으로 오래토록 영원토록 풍겨나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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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필력이 상당하십니다.^^
성령님의 감동으로 쓰시는게 느껴집니다.
저는 듣지도, 알지도 못했지만 누군가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셔서 지금껏 살아온 것 처럼
성령님의 함께하셨음을 믿습니다.
귀한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