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주일은 우리 가족이 이 한맘교회에 온 지 딱 일 년째 되는 때다. 이때를 기점으로 해서 교회 기념주일로 드리려는 중이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다. 성도들도 기꺼이 동의해 주신다. 장마에 이어 태풍까지, 또 이어지는 장마로 인해 연일 쏟아지고 있는 빗줄기 속에서 지나온 일 년을 정리해야만 한다. ‘그러네. 작년에는 그렇게 비가 오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올해는 무진장 쏟아지고 있구나. 올해와 작년이 이렇게 다르구나!’
작년 이맘 때, 이삿짐을 내려놓고 나니 막막했다. 삭막해 보이는 자리였기에 어디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를 몰랐다. 눈에 보이는 대로 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했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로 인해 참으로 힘들었던 때였다.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 없었던 자리에서 기도마저도 시원하게 쏟아낼 수 없었다. 걱정과 염려가 40도가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굵은 땀방울과 함께 흘러내리기도 했었고 말이다. 무엇보다 아무도 함께 하는 이들이 없었다는 점에서 ‘배고픈 것은 참아도 사람 고픈 것은 못 참겠다.’는 말을 끄집어내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주일이 오는 것이 무서웠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누구도 찾지 않을 것 같았던 일 년 전 그때는 주일이 다가오는 것이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른다. 휑한 교회당을 바라보는 퀭한 눈동자와 함께 저절로 나오는 노랫말 가사,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그러던 어느 주일 아침에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있었다.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음성인 냥, 그 발자국 소리로 인해 얼마나 흥분이 되고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한 생명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깨우치시는 주님의 방법이셨을 것이다.
오늘 이 자리, 설교를 준비하면서 많지 않은 성도들이지만 한 분 한 분을 아주 조심스럽게 떠올려본다. 귀하고 귀하다. 저들은 교회당을 채우는 교인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함께 할 평생의 동지들이다. 기꺼이 내 삶을 나눠 갈 인생의 동반자들이다. 교회 생활을 잘해주는 교인들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역군으로 세워질 수 있어야만 한다.
이제 저들이 내게 들려주었던 그 발자국 소리를 나 역시 저들 가까이에서 들려줄 수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