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변’(辨: 분별, 변별하다)
1. 캠브리지대학교 장하준 교수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국방부에 의해 불온 도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강대국들의 기득권이 어떻게 보호되고 있고, 약소국을 어떻게 길들이고 있나를 여가없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먼저 나누고자 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혹시 우리는 나쁜 사마리아인에 속한 건 아닐까.” 혹은 “나쁜 사마리아인과 친한 친구는 아닐까.”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자신들이 오른 사다리를 걷어차고 다른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으며, 세상의 부와 안정을 독차지하려는 정책을 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해준 이 책은 ‘기독교 풍자’를 통해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가늠케 합니다.
맛난 과실은 다 따먹고 씨는 뿌리지 않는 괴물이 된 세대에게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게 내버려 두겠다고 말씀하십니다’(전 5:20). 우리가 부흥과 성공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고통받는 이들, 소외당한 이들에 관하여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십자가에 달리셨고 옥에 갇히셨고 배신당하신 그리스도를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2. <포항을사랑하는교회>의 입장입니다.
- 먼저 분을 다스리지 못한 점,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또한 지면을 통해 전하게 되어 양해를 구합니다.
2015년 재개척한 ‘포항을사랑하는교회’는 지금까지 돈을 구걸한 적이 없습니다. 보증금 이천만원에 월세 육십만원 하는 14평 공간에, 교인 1명, 제정 76만원을 남기고 도망치듯 떠난 전임 목사님에 대하여 어떤 원망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청빙시 제시한 목회 사례비를 지난 7년 동안 한번도 드리지 못했어도, 버려진 교회를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장다운 건강한 교회로 세우고 계십니다. 물론 우리 교회 사정입니다.
2017년 교회가 세들어 있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통보를 받은 그해, 교인 수는 27명으로 성장했지만 목사님은 건축헌금이나 작정헌금을 제안하지 않는 대신에 우리들에게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을 향한 기도만 요청하셨습니다.
2017년 9월, 경동시찰회를 통해 교회 상황을 알리고 첫 임원회의가 소집되었을 때, 한 장로님의 발언은 오늘의 상황을 예감케 했습니다. “... 그러니까 포사교회는 얼마를 모았어요?” 불시에 닥친 위기에 대한 위로와 우려보다 추궁하듯 윽박지르는 언사였습니다. <교회 이전에 관한 계획서>를 작성, 제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돌아서는 뒷머리에 들리는 고함 소리, “교회 사택이 누구 명의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작은 교회의 목사는 죄다 사기꾼으로 보는구나... 밖은 벌써 어둠이 짙어가고 있었습니다.
헌금을 한푼도 월세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무모하리만큼 전세 이전을 전제로 한 ‘교회이전 계획서’가 노회로 이첩된 후, 각 위원회 별로 세 차례의 답사 및 회의(포사교회)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전세금’을 노회에서 제공하는 대신, 노회와 건물주와의 직접 계약을 제시했으나, 노회의 여러 사정에 따라 오천만원을 5년 거취 후 매년 천 만원씩 상환한다는 조건으로 결정되었습니다.
3.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작정 헌금’ 없이도 1억에 가까운 기금이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목사님 가족의 20년 만기 보험금(삼성생명)과 친지와 지인들의 모금액, 사모님의 교통사고 합의금 등으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척교회 특성상 지켜만 보던 교우들의 자발적인 헌금, 00교회에서 보내온 특별헌금, 시찰내 몇몇 장로님의 후원들이 이어져 내부 공사에 필요한 금액까지 모두 마련되었습니다.
2019년 ‘교회이전 감사 예배’에 참석한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신 말씀, “역시!”는 우리 교회의 자긍심입니다. 그동안 망한 교회라던 분들, 불가능하다던 분들, 그냥 오천만원으로 월세 삼천만원에 인테리어 이천만원으로 일단 옮기라던 분들의 말을 들었다면, 이듬해 발생한 코로나로 교회는 보증금도 잃고 사라졌을 것입니다.
지난 ‘2020년 봄노회’는 건물주와의 전세권 설정 지연 이유를 거듭 설명함에도, 마치 노회대여금을 떼 먹을 가상의 교회와 목회자로 몰아가는 분들에 의해, 저희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교회가 되었습니다. 노회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부도덕한 목사, 나쁜 교회로 낙인 찍은 것입니다.
‘약속을 이행하라’는 촉구가 망신주기와 비난의 구실로 들리는 이유는 개교회를 든든히 세우고 위기에 처한 교회들을 격려하며 하나님 나라를 공유하는 공동체인 노회가, 갖가지 난관에도 성경적 방식을 고수해 온 저희를 천박한 집단으로 몰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8월 31일 건물주와 전세권 설정한 이후부터 2022년 봄노회 직전까지 3년 내내, 경북노회와의 설정을 요청한 저희를 오히려 약속 이행을 하지 않는다고 노회에 보고한 책임은 왜 바로 잡지 않습니까? 어찌 공개 사과 없이 어물적 넘어갑니까? 사실을 바로 잡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4. 2022년 3월 14일 노회에서는 다시 말을 바꿔 전세권 설정권자가 교회가 아닌 대표자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 이에 응할 수 없으니 건물주와의 설정을 다시하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건물 전세권 설정을 교회이름으로 하든 대표자로 하든 우리 교회가 결정한 사안으로 고유 권한입니다. 노회의 결정이 중요한 만큼 개교회의 결정 역시 존중되어야 마땅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만일의 경우 건물에 문제가 발생하여 전세금 회수가 불가능해 질 때, 혹은 포사교회가 대여금 반환을 이행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안전책입니다. 그렇다면 ‘포항을사랑하는교회’는 전세금 전체를 조속히 회수할 조치를 신속히 취했으므로 노회는 그에 준하여 교회, 혹은 대표자 모두를 포함하면 종결될 사안입니다. 누구의 질책이나 비난 받을 일이 아닌 모두가 수고한 은혜로운 일입니다.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짐승도 ‘선의’와 ‘악의’를 구별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비아냥을 멈춰 주십시오. 포항지역의 좋은 소문을 내고 있는 우리 교회를 꽃으로도 때리지 마십시오. 저희는 지금까지 한 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뽑으려 하면 모두 잡초지만 품으려 하면 모두가 꽃입니다. 힘과 자본에 종속된 노회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입장문을 명시합니다. 코로나로 위기에 빠진 한국 교회, 특별히 위대한 정신의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북노회를 기대하고 사모하며 기도합니다.
2022년 3월 27일(사순절 넷째주일)
포항을사랑하는교회 교인총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