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욥 23:10)
지난주에도 여전히 덥기는 매한가지였다. ‘설마 이번 주는 좀 낫겠지.’ ‘설마 오늘은 좀 다르겠지.’ 싶었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꼭 이럴 때 쓰이는 것 같다. 해수욕장의 폐장이 연기되었다고 한다. 참말이지 너무나 더운 날이 아닐 수 없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잘 참고 견뎌왔으니 끝까지 흐트러지지 말고 잘 이겨가야겠다.
요새 차를 타고 가다 들녘을 보게 되면 이삭이 패어서는 막 영글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참 고맙고 감사하다. 그것은 이 마지막까지 무조건 덥기만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더운 날들 가운데에서도 들녘의 벼들은 가을을 넉넉히 준비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마냥 힘든 것만이 아니라는 것과 무조건 고통만 가중되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가을이 찾아오는 들녘을 보면서 알게 된다. 또 코스모스들도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음을 보면서 마음이 한껏 들뜨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 몇 번씩 주머니에 조약돌을 넣고 다녔던 적이 있다. 만져지는 부드러움이 좋아서다. 그 조약돌을 만지다보면 부드럽게 살아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게라도 생각이라도 하면 좀 위안이라도 되겠다 싶어서다.
주머니 속에 든 조약돌을 만지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거친 돌덩이가 맨들거리는 조약돌이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만 했을까.’ ‘얼마나 깎이고 채이고 부딪혀야만 그렇게 부드러워질 수 있는 것일까.’ ‘거칠고 악한 본성을 가진 우리네 인생들이 신의 성품으로 변화될 수는 있는 것일까.’
몇 달 전에 복분자를 사서는 설탕과 일대 일 비율로 해서 푹 절여 놓았었다. 어떤 이가 “일 년 정도는 잊어버리고 그냥 두라.”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눈에 계속해서 보이니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하겠다. 그래서 뚜껑을 열고는 조금 떠서 찬물에다가 얼음을 띄어서 보니 그 빛깔이 정말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 맛 또한 기가 막히다. 더 묵혔다가 마셨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 빛깔과 맛과 향이 신비롭다. 으깨어지고 절여지는 그때를 지나 보게 되는 맛과 빛이 참으로 오묘하고 절묘하다.
이렇게 복분자가 빚어지듯 내 심령과 삶에 있어서도 하나님의 시간 속에서 잘도 빚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 복분자를 들고 코스모스가 피어나고 있는 곳에서 한 잔 들이키면 끝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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