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 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잠 25:13)
점심때 밥을 먹으면서도 시원한 열무 김칫국물을 들이켰건만 얼마 지나지도 않아 얼음을 동동 띄운 냉면 육수 한 사발을 마시고 싶어진다. 얼마나 더운지 모르겠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까지 합쳐지니 정말 엄청난 더위다. 숨이 컥컥 막힐 것 같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흥건하다.
이런 날에도 들녘에 계실 부모님들과 축구 경기장의 인조 잔디 위에서 뛰고 있을 아들 녀석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또한 모두들 생업에 종사하느라 이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을 다해 살아가고들 계실 것이니, 목회자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기도도 드려지기도 한다. 더위를 핑계 삼아 게을러지지 않아야겠다.
이런 찜통더위 속에서도 매미가 질러대는 소리는 참 대단하다. 그 작은 것들 속에 무슨 그 큰 소리가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 그 소리가 가열찬데, 마치 나에게 들으라는 것처럼 이 더위에도 소리치면서 살아가라는 것 같다. ‘늦추지 말라’고, ‘쳐지지 말라’고, ‘늘어지지 말라’고 말이다. 그러니 새벽에 드리는 기도소리를 줄이지 말아야겠고, 부르는 찬송소리를 낮추지 말아야겠고, 강단에서 외치는 말씀도 그리해야겠다.
알고 지내던 어느 집사님 한 분이 몇 달 전에 UAE에 가셨다. 건설업에 종사하시는 분이신데, 이 분의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화면에 적힌 문구다. ‘뜨겁게 하소서.’ 그 글귀를 보면서 얼마나 마음 한 켠이 짠했는지 모른다. 그 더운 열사의 나라에서 공사현장에 투입되어 일하면서 흘리게 될 땀방울이 얼마나 굵을 것이냐 말이다. 그럼에도 이열치열이라는 말처럼 신앙 안에서 더 뜨겁게 세워지기를 원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애절한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새벽에 기도할 때면 그 집사님이 생각이 나면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게 된다. “하나님, 그 집사님으로 마음도, 삶도, 신앙도 뜨거워지게 하옵소서. 그래서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드리는 얼음냉수와 같은 충성된 사자가 되게 하옵소서.” 하고 말이다.
여전히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좀 쉴 만도 한데, 조금도 그 악바리 소리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 소리와 함께 교회 화단에 심어 놓은 방울토마토가 붉게 익어가고 있다. 고추도 한 두 개씩 붉은 색을 띠기 시작하고, 며칠 전에는 분명 보이지 않던 나리꽃이 붉은 색 옷을 곱게 차려 입고는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뜨거운 햇볕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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